전윤철 전 감사원장·박양우 전 차관 이사장·대표이사 선임

지역과 소통, 전문성 강화에 초점

광주비엔날레가 7대 혁신안을 발표한데 이어 추진에 앞장설 대표이사까지 곧바로 선임해 개혁에 본격 나설것으로 보인다. 1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사무처장 공모제 도입, 지역 미술계와 소통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7대 혁신안이 지난달 26일 발표된데 이어 다음날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혁신안 발표 하루만에 개혁 추진에 앞장설 대표까지 임명돼 광주비엔날레 쇄신이 본격 시작됐다.

광주비엔날레의 변화 시작은 광주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았던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 외부인사가 영입되면서다. 지난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20년동안 광주시장이 이사장으로 임명돼 이끌어 왔다. 수십억원의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광주시장이 맡았지만 사회성 짙은 작품에 대한 전시여부까지 결정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는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세월오월' 작품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 불허'의 뜻을 밝혔으며 "예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까지 해 반발을 샀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본가치로 삼고 있는 광주비엔날레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에 대해 전시 유보결정을 내려 미술인들은 전시됐던 작품을 철거까지 하며 개혁을 요구했다. 결국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8월 이용우 대표이사가 사퇴했으며 윤장현 광주시장이 이사장에서 명예 이사장으로 물러났다. 재단은 지난해 12월23일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재단은 또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동채 전 문체부 장관을 임시대표로 선임해 6개월여동안 논의를 거쳐 7대 혁신안을 마련했다. 7대 혁신안은 '광주의 역사적·문화 예술적 가치를 극대화한 글로벌 비엔날레 위상 정립' '조직의 고유 역량 강화를 통한 정체성 실현' '이사진 구성의 혁신과 최고 의결기구로서 역할 및 책임 강화' '파견 공무원 축소 및 민간 사무처장제 도입'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 '재원 확보와 효율적 유지 관리 체제 구축' '재단과 지역의 소통 및 협력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정 전 대표는 취임당시 개혁안을 만들고 곧바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재단은 7대 혁신안 추진에 앞장설 적임자로 문화행정 경험과 예술경영 이론을 겸비한 박 신임 대표를 임명했다. 박 신임대표는 평동초와 송정중, 인천제물포고,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뉴욕 한국문화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박 신임대표는 영국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으며 한국예술경영학회장을 역임했다. 7대 혁신안과 이사장, 대표이사가 잇따라 임명됨에 따라 광주비엔날레는 개방형 사무처장 공모로 개혁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비엔날레 사무처장은 그동안 광주시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맡았다. 1년 남짓 업무를 수행한 뒤 이동을 해 조직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사회와 소통 강화하기 위한 기구인 가칭 광주비엔날레 운영위원회도 신설돼 운영된다. 박 신임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지역 미술계 목소리를 듣지 않아 담이 쌓아졌다"고 진단하며 "미술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등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작업에도 지역 미술계가 참여할 전망이다. 재정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에서 일을 했던 인물이 이사장과 대표이사에 임명돼 재정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오월 파동을 겪으면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아져 힘들었다"며 "하지만 최근 혁신안이 나오고 광주시 파견 인사가 아닌 외부에서 사무처장까지 영입되면 조직력이 한층 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신임대표는 "혁신안이 나온만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해 3월말 또는 4월 초 발표하겠다"며 "지역 미술계를 비롯해 광주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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